[뉴스레터 48] 격동 500년! S6E04 말라리아 치료제 프롬 투유유 투유!

투유유는 서기 3세기경 동진 시대 갈홍이라는 학자의 저서 주후비급방에서 말라리아에 대한 전통적인 치료법을 찾았습니다. 개똥쑥을 저온에서 추출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이 방법으로 수백만의 생명을 구한 화합물인 아르테미시닌을 추출했습니다. 투유유는 아르테미신이 말라리아 치료에 효과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최초의 실험 대상을 자원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투유유는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중국 과학자가 되었습니다. 엄청난 발견을 하고도 이름을 알리지 못한 채 긴 세월을 보낸 투유유는 후에 세계보건기구를 통해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박사 학위도, 유학 경험도 없이 노벨상을 받은 투유유. 그의 인생을 돌아보는 격동 500년 시즌6 4화입니다.

주후비급방 (肘后备急方)

©sohu / 주후비급방

투유유는 1971년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의 고대 의학서적에 나오는 처방을 살펴봅니다. 그 속에서 혹시 말라리아를 없앨 수 있는 특효약이 있지 않을까 하고 검토한 것이죠. 그러다 1972년에 중국의 도교 사상가 중 유명 인물인 갈홍이 쓴 주후비급방(肘後備急方)을 발견하게 됩니다. 주후비급방은 일주일 내에 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모아놓은 책인데 그 중에 개똥쑥을 캐다가 즙을 짜서 마시면 열을 잡는 데 좋다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동의보감에도 개똥쑥의 특징 중 하나로 열로 황달이 생겨서 명치가 아플 때 쪄서 그 물을 마시면 좋다는 내용이 있죠. 두 책 모두 열병이 심할 때 쓰는 것이지, 말라리아의 특효약이라고 쓰여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유유는 개똥쑥으로 실험을 했고 약효가 아주 약하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가 너무 미미해서 후추만큼도 못했습니다. 다시 한번 주후비급방을 들여다보니 ‘한 줌의 개똥쑥을 2승의 물과 함께 비틀어 짜서 마시라’고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즉 즙을 내어 마시라는 처방이었던 거죠. 투유유는 오랜 처방에 따라서 고열로 추출하던 기존의 방법을 버리고 저온에서 추출을 시도했습니다. 놀랍게도 그렇게 추출한 청호소는 쥐와 원숭이를 사용한 동물 실험에서 효과를 보이게 됩니다.

말라리아 퇴치가 어려운 이유
 

말라리아는 모기에 의해 전염된다는 것만 인지하고 있으면 특별한 방법이 없어도 어느 정도는 퇴치할 수 있습니다. 모기를 없애거나 피하고 말라리아에 걸린 사람들을 분류해놓으면 퍼져나가는 걸 막을 수 있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도 옛날부터 말라리아가 있었습니다. 7~80년대에는 소독차가 곤충, 특히 모기를 죽이는 약품을 뿌리고 다녔습니다. 그렇게 해서 1970년대 말이 되서는 우리나라에서는 말라리아가 사라졌죠. 한번 없어지면 밖에서 들어오는 것만 막으면 다시 창궐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말라리아가 사라졌다고 믿었습니다. 그렇게 1980년대에는 한국은 말라리아와 상관없는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때 말라리아는 열대지방에서만 생기는 병이라는 잘못된 생각이 생겼죠. 하지만 90년대에 우리나라에 말라리아가 다시 생긴 후부터 매년 발생하고 있습니다.

소니아 샤는 말라리아를 없애지 못하는 이유에는 의학의 문제 이상의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말라리아의 역사를 들여다보며 말라리아를 근절하기 위한 세 가지 큰 도전을 살펴보면서 그 이유를 알아보세요.

문화 대혁명과 프로젝트 523

@Hulton Archive / 마오쩌둥의 포스터를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지지자들

말라리아 치료에서 클로로퀸은 가장 기본이 되는 치료제였지만 클로로퀸에 내성이 있는 말라리아 원충이 등장하면서 다시 한번 인류는 위기를 맞게 됩니다. 베트남의 지원 요청으로 시작된 중국의 말라리아 치료제를 찾기 위한 연구프로젝트는 1967년 5월 23일에 시작됐기에 ‘Project 523’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프로젝트 523이 시작되기 1년 전 중국에서는 문화 대혁명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문화 대혁명은 마오쩌둥이 중국 혁명정신의 재건을 위해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추진한 것으로, 습속과 문화와 근성이 과거의 상태에 찌들어 있다며 진정한 공산주의를 위한 사고와 삶의 방식으로 완전히 중국을 뜯어고쳐 보자는 운동이었습니다. 뿌리 깊게 존재하던 류사오치, 덩샤오핑파의 영향을 제거하고, 낡은 사상, 문화, 풍속, 관습을 척결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에 과거와 권위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흔히 문화 대혁명의 부정적인 모습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홍위병입니다. 홍위병은 ‘반란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분위기 아래 문화 대혁명을 적극 지지하고, 당과 정부, 일체 기관의 지도부를 공격해 권력을 탈취하려는 탈권 운동에 앞장섰습니다.

대학교수와 교사, 학자, 의사 등 중국 사회의 엘리트는 모두 홍위병의 타도 대상이었고 대학은 사실상 폐쇄되었습니다. 그 당시 투유유의 상사 중 많은 사람이 직을 잃었고, 연구소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프로젝트 523이 시작된 것이죠. 

2015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투유유는 개똥쑥이라는 약초에서 말라리아 퇴치 약 성분을 찾아낸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중국 전통 의학의 개가’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중국 사회는 본토 출신의 첫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 소식에 열렬히 환호했는데요. 당시 뉴스를 통해 중국의 분위기를 돌아보고 투유유 교수의 수상 소감을 들어보세요.

[소설같은 순간] 아르테미시아 이름의 유래

@alaturka, artennua / 아르테미시아 2세, 개똥쑥(아르테미시아)

개똥쑥 추출물이 영어권에 소개될 때는 아르테미신이라고 불립니다. 쑥 과를 칭하는 아르테미시아라는 단어에서 파생되어 아르테미신이 된 것이죠. 어째서 쑥에는 ‘아르테미시아’라는 이름이 붙게 된 걸까요? 그것은 실제 존재했던 아르테미시아 2세의 이름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아르테미시아 2세는 그리스의 왕으로 그가 다스리던 영토는 현재 터키에 속합니다. 그곳이 그리스 문화권에 있었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의 왕으로 불리는 것이죠. 페르시아 제국이 팽창했을 때 페르시아 제국에서 명을 받아 아르테미시아 2세는 그리스계 사람들 거주지의 왕이 되었습니다. 아르테미시아 2세는 식물학에 관심이 많은 자연 철학자였습니다. 연구 활동을 하다가 새롭게 발견한 식물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서 그것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SF소설 <사소한 정의>는 어떤 책일까?
 

휴고상, 네뷸러상, 아서 C.클라크상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던 데뷔작!

앤 레키의 ‘라드츠 제국’ 시리즈 – 사소한 정의, 사소한 칼, 사소한 자비 중 첫 번째 시리즈 <사소한 정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진입장벽이 조금 높지만 새로운 세계관을 토대로 쓰여진 소설이기 때문에 여.과.시.간 시청자 여러분께 강력 추천하는 책입니다.

참고문헌
  • 모기 : 인류 역사를 결정지은 치명적인 살인자. 티모시 C. 와인가드 지음. 서종민 옮김. 커넥팅.
  •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사토 겐타로 지음. 서수지 옮김. 사람과나무사이.
  • 투유유, 인류에게 길을 열다. 중국중의과학원중약연구소, 중국부녀신문사 지음. 김승일 옮김. 경지출판사.
  • [인류와 질병] 투유유의 세 번째 낫. 동아사이언스. 2019년 8월 25일.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0708>
  • Nobel Prize in Physiology or Medicine in 2015. <https://www.nobelprize.org/womenwhochangedscience/stories/tu-you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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