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침"이 느껴지는 수학서평....

작성자
GoodKook
작성일
2018-01-15 18:37
조회
734
"빡침"이 느껴지는 수학서평....


항상 새해가 되면 계획을 세운다. 작년(2017년)에는 수학의 기초를 다져보자며 대입 수학책을 잡았고 어지간히 노력을 기울였더니 수학에 자신이 붙었다. 비록 수능 성적은 변변치 못했지만 말이다. 올해(2018년)에는 작년에 이어서 수학을 응용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터넷 대중교육 프로그램을(MOOC) 살펴보다가 edX.org 의 Street-Fighting MATHEMATICS를 발견 했다. MITx에서 실시한 강좌라는데 제목부터 상당히 눈길을 끈다.


Street-Fighting MATHEMATICS:
https://courses.edx.org/courses/MITx/6.SFMx/1T2014/course/



요약문을 보니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수학적으로 바라보기 위한 기본적인 도구를 배운다고한다. 우리가 수학을 두려워 하게된 주된 원인이 수학자에게서 수학을 배운 탓이란다. 무도장에서 배우는 무예(martial art)는 길거리의 소위 '개싸움(street-fighting)'에 쓸모가 없다고 하듯이 교실에서 '체계적'으로 배운대로 실생활에서 마주치는 문제가 풀리는 경우는 아주 드믈다. 길거리 '개싸움'에서 그랬듯이 실행활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술을 '마구잽이'로 동원해야 한다. 증명 후 응용, 따위의 '체계적'으로 접근할 여유는 없다. 두뇌 속 어딘가에 묻어 두었던 수학을 꺼내야 한다. 그래서 길거리 싸움 수학을 추정(guessing)과 기회 포착(opportunistic)의 기술이라고 했나보다.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가 많을 것 같아 이 강좌를 올해의 첫 수학공부 목표로 결정 했다.


MIT 출판부에서 내놓은 이 강좌의 교과서가 아마존 서점에 있길래 찾아봤더니 서평이 1개가 있고 별점이 달랑 1개다.

Street-fighting Mathematics-the Art of Educated Guessing and Opportunistic Problem Solving


서평을 쓴 독자는 소위 '수포자(수학 포기자)'쯤 되었던 모양이다. 저자의 강연 동영상을 보며 용기 백배하여 이 책을 샀단다. 저자의 매우 직관적인 수학적 접근에 많은 기대를 했었나 보다. 하기야 이 책의 첫 장이 경제현상에 대한 방송 기사 중 통계 숫자의 모순을 찾아내는 것이니 얼마나 가깝게 느껴졌으랴 싶다. 그런데 이 책을 막상 받아들고 실망을 많이 했단다. 첫장만 그렇고 나머지는 여느 수학책이나 다름 없이 "자기만 알고", "자기들(수학자들) 끼리" 나눌만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 explaining mathmematics, the way he can only understand, along with his mathematician friends.


결국 화가나서 별 한개 준 모양이다. '수포자'로서 상당한 '빡침'이 느껴진다. 이 책과 강좌를 살펴보니 그렇게 고급의 수학은 아니었다. 두껍지 않은 분량에 상당히 넓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내용의 진행이 상당히 빠르다. '수포자'의 자습용으로는 버겁겠지만 도움을 조금 받는다면 그리 어렵지 만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강좌의 제목처럼 길거리에 싸움에 필요한, 어쩌면 마구잡이 기술을 익히게 해준다. 물론 최소한의 기본자세는 갖췄다는 전제가 필요하긴 하다. 기본은 고교수준의 이과계 수학이다. 그렇다고 비비 꼬아놓은 시험문제를 풀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개념이 정리가 되어있길 요구한다.


왜 장편 대하소설이나 추리소설은 어렵지 않게 읽어내려 가면서 수학은 어려워 할까. 장편 대하소설에 나오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여러 사건들에 얽혀 있어서 그 내용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데도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소설은 작가가 독자들을 붙잡아 놓기 위해 애쓰는 반면 수학책은 독자를 떼내려고 안달나 있기 때문은 아닐까? 대하소설은 간간히 지난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그것도 심심치 않게 설명해 주면서 새 사건을 전개한다. 이에 비해 수학책은 앞에서 이야기 했으니 가서 찾아보라며 독자를 귀찮게 하거나 이 정도는 알고 왔어야지 하면서 무시하기 일쑤다. 수학자는 내돈 들여 책을 사고 시간 들여 가며 읽고 있는데 무시당하는 독자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한다. 머리 나쁘다고 할까봐 어디가서 하소연 하지도 못하고 그저 주억거리고 있자니 열불이 난다. 앞서서 다뤘다며 찾아보라고 면박주지 말고 했던 얘기 다시 정리해 주는 느긋한 수학이 되면 어떨까. 당장 시험을 앞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수학에 재미를 붙여 주겠다며 무슨 수학 역사라던가 에피소드로 가득한 책들도 있다. 이런 잡담은 '계산'이란 것을 척척 해보이고 싶은 꿈이 남아 있는 '수포자'의 한을 풀어주지 못한다. 사실 한때는 '이과자' 였다는 대부분, 상당수의 수학자들도 속으로는 아는체 하며 썩은 미소를 날리고 있다는 것은 다아는 비밀이다. 요즘처럼 '연애'말고 못하는게 없다는 인터넷 정보화 시대(온라인 대중교육이나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어있는)에 미적분을 내손으로 '계산'하는 모습을 자랑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이뤄볼 때도 되었다. 수학을 좀 친절하게 보여주면 좋겠다. 그러면 수학도 소설만큼이나 재미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른의 수학책도 베스트 셀러가 되지 않겠는가. 과학책은 안팔린다는 소리 만 하지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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