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한 대화

작성자
thomasmore
작성일
2023-03-23 17:27
조회
650
김상욱 교수와 유시민 작가가 브라이언 그린이 쓴 책 Until The End of Time에 관해 대담하는 걸 들었는데요. 그 중 죽음에 관한 대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상욱 교수가 그러더군요. 인간이 '죽음'이라고 부르는 건 우주에 흔하게 널려있는 '자연스러운' 상태다. 죽는다는 건 원래의 자연스런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거다. 오히려 생명이야말로 지구 외에선 아직 찾지 못한 매우 기괴하고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생명체의 구조를 계속 유지하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언젠가 흩어져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우주의 엔트로피는 증가하므로 결국 모든 원자들은 산산이 흩어지고 우주도 종말을 맞게 된다.

대충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엔트로피 법칙대로 모든 것이 결국엔 무질서한 상태로 가는 것이 대세라면, 아주 짧은 시간 생명체로 존재한다는 건 마치 도도한 강물의 흐름속에서 일시적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역류현상 같은 걸까요?

인간이 지적호기심 때문에 과학과 수학을 배우려 하고 거기서 어떤 즐거움을 느끼고 하는 건... 아마도 인간이라는 종이 진화의 과정에서 생명유지나 확장에 도움이 되는 기능을 발달시키다 보니 그리 된 것 같은데요. 한편으로는 이런 인간의 지적 활동이 엔트로피 법칙에 대한 부질없는 저항같은 건가?^^하는 생각도 들고.. 여기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하네요. 별 쓸데 없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전체 2

  • 2023-04-03 22:09

    저는 기독교인이지만, 칼세이건과 아들의 대화는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 부모님은 저녁식사 시간마다 회의적 사고와 우주의 역사에 관련된 한 가지 주제를 잡아 나와 대화했습니다. 우리는 끈질기게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주고 받았고, 절대 “내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또는 “그건 원래 그런거야”라고 답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모든 질문에는 설사 그것이 답이 없는 질문이라 하더라도, 깊은 생각과 솔직한 의견이 따라왔습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그때까지 친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한 번도 본적이 없었던 나는 아버지에게 그 분들이 어디 계신지 물었습니다.
    “그분들은 세상을 떠났단다.” 그는 슬프게 말했습니다.
    “그럼 아빠는 다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볼 수 없나요?” 나는 다시 물었습니다.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할아버지 할머니를 다시 보고 싶지만, 자신은 죽음 뒤에 다른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래서 그들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왜요?”
    그는 매우 부드럽게, 어떤 것이 사실이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것을 믿는 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자신에게, 그리고 권위 있는 다른 이들의 생각에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속이게 될 거야.” 그는 오직 진실만이 비판을 견딜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가 내가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던 순간입니다. 그 뒤로, 어린 내가 존재의 두려움에 빠지려 할 때마다, 부모님은 내게 그들의 과학적 세계관으로 나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너는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단다. 그건 정말 놀라운 일이야.” 그들은 한 사람이 태어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운명의 갈림길이 있는지를 이야기했고, 내가 지금 바로 나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도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공기를 호흡하고, 물을 마시고, 가까운 별이 내는 따스한 온기를 즐길 수 있게 진화했다는 사실도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유전자를 통해 조상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리고 더 멀리는 우주와, 곧 내 몸을 이루는 모든 원자들은 항성들의 핵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는 그의 유명한 말인 ‘우리는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We are star stuff)’는 말을 내가 어린 시절부터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그들은 또한, 우리가 영원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 바로 우리가 깊이 감사해야 할 이유이며, 이것이 우리에게 심오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우리의 존재는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 2023-04-14 07:28

    감사합니다. 저도 과학과 수학에서 종교적 위안 비슷한 걸 느낄 때가 있습니다. 광대한 우주를 생각하는 사람은 우주의 먼지도 안되는 지구에서 찰나의 순간에서 벌어지는 세상사들에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