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태성즈 공병우 박사님편 (신세벌식 사용자입니다)

작성자
bluelynn
작성일
2021-10-19 11:34
조회
1594
걸박사님 진행하시는 공병우 박사님 편 재이있게 듣고 몇자 적습니다.  저는 신세벌식p2+Colemak 배열을 쓰고 있습니다.

저는 appl II 시절부터 PC를 썼는데.. 그때 한글이 찍혔었는지는 기억이 안나고... 비지카크 구경만 해봤고... 주로 로드런너 머신으로 돌렸네요....

한동안 PC를 안쓰다가 8086 즈음부터 IBM PC를 썼는데... 그때부터는 두벌식만 쓰지 않았나 싶네요.
도깨비 카드도 구경은 해봤고.. 그런세대입니다.
최초로 실시한 워드프로세서 시험을 봤었고.. 군대에선 사실상 행정병이었는데  HWP와 금성워드를 둘다 썼고....;;;

어렸을때는 세벌식 쓰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봤었습니다. 타이핑이 편리한 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PC 방에서도 과사무실에서도 매번 제어판을 열어 자판을 바꿔야 하고, 다시 바꾸는걸 깜빡하거나 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면 다음에 자리에 앉는 사람을 당황시키는등... 두벌식이 설령 세벌식에 비해 열등한 면이 있다고 해도 그걸로도 700타 이상치는 사람이 있고 저도 4-500타를 치던 사람이고... 그냥 남들 다 쓰는거 쓰면 편할텐데 말이죠.

그러다가 2018년경에 그때 잠깐 키보드에 꽂혀서 알리에서 부품사다 납땜하고 놀때가 잠깐있었는데 관련정보를 찾다가 우연히 지금도 세벌식 자판이 수없이 분화되고 개발되고 사용되고 있다는걸 알게됬습니다.

세벌식이라고 하면 공병우 박사님이 만든것밖에 없는줄 알았는데 말이죠.

당시 40% 배열의 미니멈한 키보드에 꽂혀있었던 때라서 숫자열을 제외한 3열키보드 만으로 모든 한글을 찍을수 있는 세벌식 자판을 찾았고, 결과적으로 팥알 (https://pat.im/1214 ) 이라는 분이 제안한 신세벌식-P2 (기호확장) 배열을 선택하여 지금까지 쓰고 있습니다.

특징은 기본 세벌식 스타일을 따르되, 키보드에서 문자열 3열만을 사용하고, 키하나당 세개씩 특수문자를 할당해서 자주쓰는 기호들은 외우면 그냥 글자 찍는 느낌으로 찍을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기존 세벌식에 비하면 한줄을 줄여버림으로서 오는 몇가지 단점들이 있죠.

그때 동시에 영문자판까지 colemak 로 바꿔서 동시에 한글배열과 영문배열을 바꿔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쓰고있고요.

나이도 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동안 키보드로 글자를 찍을을이 많지는 않아서 시간은 좀 걸렸지만 몇년간 꾸준히 익히다보니 어느정도 손에 익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손은 기억하는데 머리는 기억하지 못한다는거죠. 키보드 위에 손이 올라가면 한글이든 영문이든 그냥 타이핑은 가능한데 그게 키보드 위에서 위치가 어디인가를 생각하면 생각을 못해냅니다. 실제로 제가 쓰고 있는 몇개의 키보드에는 거의 한글 두벌식과 영문 qwerty 가 찍혀있어요.. 안보는게 낫죠...

현재 윈도우와 리눅스에서는 다양한 세벌식 입력이 가능합니다. 안드로이드에서는 개발이 되다가 진행이 멈춘것으로 알고 있고, IOS에서는 불가능하더군요. 리눅스의 경우 오픈소스로 몇가지 방식이 존재합니다만, 윈도우에서는 현재로선 김용묵님 혼자 개발하고 계신 날개셋이란 입력기가 유일한 방법인것 같습니다. 불만이 딱히 없을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가진 입력기입니다만 그외 대안이 없다는 점은 다소 불안하죠.

세벌식으로 바꿔서 제일 좋아진점은 타이핑 속도보다는 편안함입니다. 쉬프트 키를 누를일이 없고 비교적 타자의 흐름이 자연스러워서 그런지 장시간 타자에도 손이 편한 느낌이 듭니다.
이점은 쿼티에서 콜맥으로 바꾼 영문 배열쪽에서 더 강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가끔 쓰는 vi 에서 손이 꼬인다든가, 직장에서 쉬는날 내 PC를 켠 동료에게 욕먹는다던가, 집에 신세벌식P2 + 콜맥배열 세팅에 DIY한 무각 40% 키보드를 달아놨다가 급하게 PC를 쓰려다가 좌절한 아내한테 혼난다던가 하는 사소한 불편들이 있습니다만...

사용하는 자판배열을 바꾸려고 결정했을때, 익숙한 자판을 버리고 새 배열에 익숙해져야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라도 사실 불편한 점이 많을 거라는 예상을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바꾸자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세벌식에 대해 조사를 하면 할수록 느껴지는 개발하시는 분들의 열정이라고 할까요.

두벌식이나 쿼티는 불완전함을 알고 있음에도 이정도면 쓸만 하지 않겠냐는 선에서 급하게 결정된 표준이었고, 이미 표준화가 되고 익숙해진 사람 많은 시점에서 발전의 필요성도 없어져버렸습니다. 필요한 사람이 없으니까요.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이제는 키보드 자체를 쓰는 일도 줄어드는 추세이기도 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딱히 요구하지도 않는것 같은데 좀더 나은 배열을 찾기 위해 저마다의 방향성을 가지고 계속 개량해 나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세벌식(으로 통칭하는 자판배열들)의 매력인것 같습니다.

저처럼 작은 키보드를 쓰고 싶은 사람도 있을거고, 속기용 자판이 필요한 사람도 있을거고, 그런 다양한 요구에 맞추어 여전히 개량이 진행되고 있고, 세벌식 입력기들은 그런 다양한 자판배열을 지원하려다 보니 개방성을 가지게 되고, 사용자는 적당히 자신에게 맞는 자판 배열을 가져다가 개인화해서 쓰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시 옛날 기억을 들춰보면 어렸을때는 세벌식 쓰는 주변인한테 몇번 투덜대기도 했었습니다. 어째서 표준을 지키지 않는냐고 말이죠.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신의 (그다지 심할것도 없는) 불편함을 개인적 문제에서 끝내지 않고 사회적 문제화해서 비난의 무기로 삼는 전형적인 못난 모습이었네요.

두벌식과 쿼티를 사용해야 한다는 사회적은 압박은 강력합니다. 그런 압박이 존재한다는걸 인식조차 못할 정도로 강력합니다. 보통은 다른 배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도 전에 두벌식과 쿼티를 익히게 됩니다만 다른 배열을 접하고 익혀 쓸 수 있는 선택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체 2

  • 2021-11-03 16:10

    전 3벌식이 있다는건 알았지만 써볼까? 하는 생각조차 못해봤는데... ㅎㅎ
    좋은 경험담이네요 ^^


  • 2021-11-16 14:58

    윈도우 입력기는 몇가지 더 있습니다. 중단되긴 했어도 세나루 입력기가 있었고, 오픈소스 정신을 이어 받은 나빌 입력기로 이어졌죠.
    나빌 입력기의 경우 한자를 지원하지 않기는 하지만 자판 편집 기능도 지원하고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참고로 저는 2000년 세벌식 최종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390에 정착하였습니다. 특수문자 입력이 너무 불편해서....
    ㅋ90년대중반쯤 세벌식 자판을 알게 되었으니 고민이 꽤 길었었던것 같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