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는 말, 격하게 공감합니다.

그 악마 때문에 슈퍼문 이후로 망원경 사용을 못하고 있거든요.

망원경 렌즈에 맺힌 상을 보려고 이리저리 눈을 돌리다보면 금새  '탁'하는 금속끼리의 충돌음이 들리고 시야는 엉망이 됩니다. 안경과 망원경이 부딪친거죠. 이 경우 망원경은 대부분 초점이 움직이더군요. 초점정도야 다시 파인더로 정렬을 해주면 된다지만, 문제는 안경입니다.

몇 번 충돌을 반복하니까 안경이 저를 힘들게 만들더군요. 유난을 떤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병무청이 공인하는 고도 난시,근시 보유자(난시로 3급) 니까요.  실제로 안경이 조금만 어긋나면 이상해진 시야와 밀려오는 구토감, 그리고 이어지는 두통으로 일상생활이 힘들어집니다.(시력 교정술을 알아봤는데 대학병원이나 진짜 전문가를 권해주더군요. 그 전문가도 지금은 부작용이 심할 수 있다며 만류하는 통에 미루고 있습니다.)

그 날도 전 그렇게 안경과 망원경의 충돌을 십수번은 더 겪어야 했고 원하던 상을 얻었을 때는 너무 지쳐 있었습니다. 물론 다음날은 초점이 뒤틀린 안경 때문에 끙끙 앓아야 했구요.

그런 이유로 오늘도 제 망원경은 개점휴업입니다.

망원경도 작동하고, 주인 또한 의지와 체력과 시간이 넘치는데도 말이죠.

좋은 방법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