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내기 – 곽재식

 

SF 소설가 곽재식의 소설은 당연히 SF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단편집만 해도 초공간 도약 항법도 나오고, 인공지능도 몇 가지 나오고, 외계인과의 퍼스트 컨택트도 나온다. 곽재식은 누구보다도 재미난 이야기 소재들을 사랑하는 작가이다. 비단 SF뿐만 아니라 동서양의 판타지와 전설 등, 현실 밖의 꿈과 상상과 환상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찾고 수집한다. 다루는 소재를 고려하면, 곽재식은 확실히 ‘장르 소설가’에 속한다. 전형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작가는 특별하다. 현재 장르 소설계에서 이렇게 웃긴 작가는 존재하지 않다. 특히 이공계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사람들이 겪는 부조리한 사회생활에 관한 블랙 코미디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 기반은 ‘리얼리티’다. 대사 하나하나가 진짜 리얼하다. 코믹 SF의 예로 코니 윌리스를 들어보면, 코니 윌리스는 극의 희극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부러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등장시킨다. 단점은 아니고 전략적인 방향 설정이다. 대체로 현실은 그만큼 재미가 있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곽재식이 쓰는 설정이나 대사는 너무 리얼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 하고 있는데, 그게 너무 리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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